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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지미 앓았던 '대상포진', 중장년층 발병률 높아...초기 신호는?
최근 원로배우 김지미 씨가 대상포진을 앓은 뒤 건강이 악화돼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상포진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대상포진은 중장년층에서 특히 발병률이 높은 질환으로, 갑작스러운 피부 화끈거림이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연간 70만여 명이 진단될 만큼 흔하며, 평생 3명 중 1명꼴로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포진은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통증과 합병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통증이 오래 지속되고 예후가 나빠질 수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양경승 원장(성모y마취통증의학과의원)은 "대상포진은 치료가 늦어지면 통증이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증상이 의심되면 가능한 한 빨리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상포진은 왜 발생하며, 주요 증상과 예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바이러스 재활성화가 원인…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발생 多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수두를 앓을 때 체내에 남아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신경성 질환이다. 평소에는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억제해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해 신경을 따라 퍼지면서 강한 통증과 수포성 발진을 일으킨다.
젊은 층에서는 비교적 드물고, 면역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50대 이후에서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대상포진 환자 72만 2,257명 중 64.8%가 50대 이상이었으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1.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 재활성화의 핵심 요인은 세포성 면역(cell-mediated immunity)의 저하다. 양경승 원장은 "고령 외에도 과로, 스트레스, 만성질환, 스테로이드 장기 사용 등은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vzv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t 세포 면역 감소는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촉진하는 대표적인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양 원장은 "결핵, 에이즈, 암 환자처럼 면역이 억제된 사람들은 대상포진 위험이 더욱 높다"며 "또한 급격한 온도 변화 역시 면역 체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여름철과 겨울철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감기나 근육통으로 오인하기도..."통증·붉은 발진 나타나"
대상포진의 가장 특징적인 초기 증상은 신경을 따라 발생하는 통증이다. 보통 몸의 한쪽에 국한된 따끔거림, 화끈거림, 쑤시는 듯한 통증이 먼저 나타나며, 흔히 가슴·등·복부 같은 몸통 한쪽에서 시작된다. 경우에 따라 이마·눈 주변 등 안면부로 나타나기도 한다.
양경승 원장은 "초기에는 오한, 몸살, 극심한 피로감이 동반돼 감기와 혼동되기 쉽다"며 "처음엔 온몸이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 신경 분포를 따라 특정 부위로 통증이 집중되는 특징적인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증은 보통 1~3일 지속된 뒤 붉은 발진으로 이어지며, 열이나 두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발진은 곧 물집으로 변하고, 이후 2~3주간 농포와 딱지가 형성되며 서서히 호전된다.
문제는 단순한 피부 병변에서 그치지 않고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러스가 침범한 위치에 따라 합병증의 심각도가 달라지는데, 눈 주변에 발생하면 홍채 손상으로 영구적 시력 저하 또는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항문 주변에 물집이 잡히면 배변 기능 장애가 생길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이고 고통이 큰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이다. 양 원장은 "phn은 피부의 발진과 물집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통증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되는 상태"라며 "바이러스가 신경 섬유를 손상시키면서 발생하며, 고령이거나 급성기 통증이 심할수록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초기 72시간, 가장 효과적인 치료 시점...평소 면역 관리해야
대상포진 치료는 얼마나 빨리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느냐가 예후를 좌우한다. 의료진이 증상 발생 후 72시간 이내 치료 시작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 시기가 대상포진 바이러스(vzv) 복제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양경승 원장은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발진이 나타난 뒤 첫 3일 동안 집중적으로 복제되며, 이 과정에서 신경 조직을 침투·손상시킨다"며 "손상의 정도는 복제된 바이러스 양에 비례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이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72시간을 넘겼다고 치료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령이거나 통증이 심한 경우, 또는 얼굴·눈 주변처럼 고위험 부위에 발생한 경우에는 72시간이 지나도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필요하다.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면역 체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장년층에서는 백신 접종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 수단으로, 50세 이상이라면 접종을 고려하는 것이 권장된다. 백신은 대상포진 발생률과 합병증 위험을 모두 낮추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양 원장은 "스트레스 조절,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단은 기본적인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비타민 d 역시 면역 기능과 관련이 있어 적정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